출발선은 같지만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Hits: 340

내가 회사에 입사해서 사회에 들어선지도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정말 엊그제 회사에 입사했던 것 같은데… 평생 그 회사에 몸 담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대기업의 울타리를 벗어난지 2년 째가 되었고 지금도 많은 입사 동기들 및 선/후배들과 연락하며 잘 지낸다.

Anyway, 다들 출발은 똑같았다. 

연봉 또한 똑같았던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봉은 같았을지라도 가처분소득은 각자 차이가 있었을 거란 거..

가처분소득이란 쉽게 말하면, 소득에서 꼭 지출해야만 하는 비용 (휴대폰요금, 월세, 식비 등) 등을 제한 금액을 말한다.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쓰는 돈이 많다면 가처분소득은 작을 수 밖에 없고 연봉이 작을지라도 이탈리아 카테나치오 (빗장수비) 마인드로 소비를 최소화한다면 고연봉자 못지 않은 가처분소득을 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스페인 다비드 실바를 막아서는 Italy 수비수들. 유베의 심장인 키엘리니와 보누치가 보인다)

나는 입사 전부터 돈을 모아야겠다는 마인드가 너무 강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소비를 되도록 안하는 것이었음.

신입사원에게 가장 큰 유혹은 무엇보다 ‘차’인데 다행히 난 차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았음. 더구나 입사 당시엔 영업사원도 아니었고 집에서 출/퇴근했기에 큰 지출 없이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주식으로 종잣돈을 불렸던 케이스.

내 입사 동기 A가 있다. 지금도 제일 친하게 지내는 동료이다.

A는 나 못지 않게 검소했다. 얼굴도 잘 생기고 성격 또한 좋아서 동기 회장이었던 나보다 인기가 더 많았음 -.-

하지만 A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첫번째로 차를 지나치게 좋아했고 두번째로 재테크에 너무나도 무지했다.

차는 두 가지 단점이 있다.

큰 돈이 들어가며, 감가상각이 된다는 점이다.

종잣돈을 퍼붓는 것도 모자라 자산의 가치가 계속 떨어진다고..?

나는 이런저런 논리를 들어가며 그를 설득했지만 막을 순 없었다. 중고차로 눈높이로 낮추라고 해도 막무가내였고 그는 스포티지 새 차를 할부로 과감히 질렀다.

그에 비해 나는 몇 해가 지나고 영업으로 보직을 옮기면서 어쩔 수 없이 차가 필요하게 되자 가양동 중고차 시장에서 SM3 구형을 850만원에 구입해서 타고 다녔다.

(나는 사실 이 돈도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음. 차를 운행했던 첫 날, 당시 여친이었던 지금의 wife가 너무도 좋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났다.

어느새 우리는 결혼을 할 때가 되었고 전셋집을 구해야만 되었다.

내 수중에는 운이 좋게도 투자를 잘 한 탓에 억 단위가 있었고 (입사 첫 해 연봉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3,150만원이었다!) 동기 A의 수중에는 5천만원도 있지 않았다.

난 대출 없이 용산의 재개발 빌라에 전세로 입주하게 되었고 (4년동안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처럼 처절하게 살았지만…) 그는 헌 집이 싫다며 대출과 함께 일산 끝자락 탄현의 신축급 아파트에서 출퇴근하게 되었다.

나는 재개발 빌라에서 약 4년 간 추운 겨울에는 보일러도 틀지 않고 두꺼운 유니클로 츄리닝을 입고 버티면서 ‘서울’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싸게 사기 위해 일부러 1) 수리가 안 되었으며 2) 전세 낀 매물을 공략했고 그 판단은 적중했다.

이에 반해 A는 그 기간동안 차를 두 번 가량 상위 레벨로 교체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住의 upgrade는 실패했고 슬프지만 지금도 자기 집 없이 반전세를 산다.

더 슬픈 건 현재 반전세 집에도 대출이 끼어있다는….

불과 10년만에 그와 나의 자산 차이는 이제 두자리 수 차이가 나게 되었다.

물론,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돈은 분명 필요하며, 돈은 다다익선, 거거익선임.

그 치사한 돈 때문에 삶의 질이 달라지며 심지어 차별, 무시까지 받을 수 있다.

오죽하면 어린 아이들조차 임대아파트 사는 친구들에게 ‘휴먼거지’, ‘임대충’이라고 비하하겠는가.

(댓글들 대부분이 어른들 교육이 문제라는 반응. 내가 볼 땐 부모 본인들 노력이 부족했거나 money가 부족해서 – 남들처럼 해외여행 다니면서 돈 펑펑 쓰다가 남 탓하고 정부 욕하다가 무주택 신세됩니다… – 본인들 사는 곳을 상위 급지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해서 임대아파트 근처에 사는 게 더 큰 잘못 같은데, 아닌가? 지금 경제 전쟁이 한창인데 한가롭게 공자, 노자처럼 도덕 / 인성 논하고 있는게 더 한심한데? 자식들에게 본인들과 똑같은 삶 대물림해주고 싶은감? 너무 솔직했나 싶다.)

난 돈 때문에 치사해지기 싫고 차별 받는 건 더더욱 싫기에 돈을 피하기보다는 ‘추구’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살고 있다.

확률, 타율을 높이기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부모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음.

하여튼 동기 A가 이제는 청약에 꼭 당첨되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램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Regards,

Bra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