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색달랐던 경험 (feat. 평일 낮 명품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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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름 소문난 짠돌이다.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곤 한다.

“돈도 어느 정도 있으면서 왜 돈을 안 써?”

→ 나 부자 아닌데?

“자산이 XX억 대인데 왜 좋은 차 안 타? 외제차로 바꿔라 쫌~~”

→ 나도 물론 좋은 차 타고 싶지. 근데 결정적으로 난 부자 아니야..

뭐 이런 식이다.

결혼하기 전, wife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미래에 수백억원 대의 자산가가 된다 해도 난 너에게 수천만원 대의 명품을 사주는 일은 절대 없을꺼야. 가방 같은 것들이 몇십만원도 아닌, 몇백만원이라는 게 내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어쨌든 결혼을 했고 내 집 마련을 위해 우리 부부는 종잣돈 마련을 위해 그야말로 피 나는 노력을 했다.

주거비 절약을 위해 쓰러져 가는 재개발 빌라에서 신접 살림을 차렸으며, 겨울에는 보일러 사용을 되도록 줄이고 집 안에서는 두꺼운 옷을 껴입었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소비는 거의 하지 않거나 최대한 줄였다. 

구라 같지? 정말이다. 난 실제로 위와 같이 살았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정말 아무 것도 사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문화생활도 종종 즐겼으며 해외여행도 꾸준히 다녀오곤 했다. 

어쨌든 나의 이 같은 짠물, 빗장수비에 와이프가 종종 반발(?)하긴 했지만 대승적으로는 나의 ‘큰 그림’을 이해해준 덕택에 현재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본다.

와이프의 이해와 협조가 없었다면 결코 다주택자 (다주택자라 쓰고 적폐세력이라 읽는다) 및 투자자 & 월급쟁이 & 사업 & 컨설턴트가 될 수 없었을꺼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나의 와이프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Anyway, 이번에 내가 와이프에게 특별한 제안을 했다.

그동안의 고생에 어느 정도는 보상 혹은 보답을 해줘야겠다는 무언가 때문에…

“명품백 하나 사줄테니까 아무거나 골라봐”

난 와이프가 엄청 좋아할 줄 알았는데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아니야. 괜찮아.”

이렇게 대답이 돌아오는데 내 예상이 빗나가서였는지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이렇게 다시 제안했다.

“너 곧 휴가잖아. 그 때, 집 근처 백화점 가서 샤넬 가자. 샤넬 백 사줄게.”

그랬더니 반응이 오네 ㅎㅎ

며칠 뒤 우린 신세계 본점에 갔다.

(신세계백화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내 차. 난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외제차가 아닌 현대차의 싼타페를 탄다. 이 차로 바꾼지도 사실 1년이 안 되었고 그 전까지는 중고 YF쏘나타 타고 다녔음. 친구들이 정말 독한 놈이라고 혀를 내둘렀음…)

신세계 본점을 간 이유는 인근에 있는 백화점 모두 재고가 없다더라.. 이 것도 솔직히 이해가 안된 게 롯데 본점, 신세계 강남점, 현대 무역센터점 모두 Sold out이라는.. 미친 놈의 세상…ㅋㅋ

어쨌든, 아들 예방접종하러 병원 갔다가 백화점에 도착한 시간이 평일 낮 11시 반 무렵이라 난 여유 있게 쇼핑을 할 줄 알았는데.. 이러한 나의 예상은 완전히 착각 혹은 경기도 ‘오산’이었음..

수백~수천만원의 명품이 즐비한 샤넬인데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줄 서서 들어가다니.. 

30분 넘게 기다렸음 -.-

더 놀라운 건 아이쇼핑 하는 사람이 없더라. 다들 매장에서 나올 때 쇼핑백 하나씩은 기본으로 들고 나오더라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요즘 들어 더 강해진 생각인데 자산이 일정 규모가 넘어가는 사람이라면 돈보다는 ‘시간’의 가치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음.

아무리 돈이 많아도 (like 이재용, 중견기업 이상 오너급이나 셀럽) 시간이 없다면 돈을 제대로 쓸 시간도 없을텐데 그게 과연 정답이며 행복할까라는 생각.

그래서 내 결론은 평일 낮에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는 이 같은 무리(?)들이 레알 부자라고 생각함. 

평일 대낮에 샤넬백 3개 이상을 거침없이 살 정도면 돈은 물론, 시간도 있는 셈이니까.

갑 of 갑.

내가 평소 생각하는 시각도 그렇고 와이프가 현직 은행 PB라서 항상 하는 말이긴 하지만 세상에 정말 부자 많음. 이건 정말 진리임.

내가 아는 세상이 절대 전부가 아님. ‘그들’만의 세상은 따로 있고 따로 움직임.

다만 매우 조용하고 은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대다수는 모를 뿐.

어쨌든, 최근 몇년동안 가장 큰 지출을 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천만원 넘는 가방은 아님..) 묘하고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큰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고.

오늘은 여기까지.

 Regards,

Brandon